거울 앞에 앉으면 시작되던 이야기, 손끝으로 이어지던 정겨운 일상

면도날이 피부 위를 천천히 지나간다.
하얀 거품 사이로 드러나는 얼굴, 그리고 그 위를 따라 흐르는 시간.
한때 동네마다 하나쯤은 있던 이발소.
그곳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머물던 작은 사랑방이었다.
이발사가 손으로 머리를 잡고 정성스럽게 면도를 해주는 순간을 담고 있다. 신문지종이를 얹어 이마를 보호하고, 면도날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손길에는 익숙함과 배려가 동시에 묻어난다.
지금처럼 빠르고 편리한 미용실과 달리, 그 시절의 이발소는 ‘속도’보다 ‘정성’이 먼저였다. 기다림도 일상의 일부였고,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오가던 이웃 간의 대화는 또 하나의 풍경이었다.
면도날 하나, 거품 하나에도 정성이 담겼던 시간. 그곳에는 기술보다 사람이 있었고, 서비스보다 관계가 있었다.
지금은 점점 사라져가는 풍경이지만, 사진 속 장면은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날끝에 스치는 감촉과 함께, 그 시절의 따뜻한 공기가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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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