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금까지 미리 걷었다”…25세 이덕화, 생사의 고비에서 3년을 함께한 사람

10톤 버스 아래 깔린 오토바이…50번 넘는 수술과 14일 만의 의식 회복
당시 여자친구였던 김보옥, 결혼도 약속하지 않은 채 3년간 병원에서 간병



배우 이덕화가 25세 청춘스타 시절 겪었던 대형 오토바이 사고와 3년에 걸친 투병 생활을 다시 털어놓으며 당시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 김보옥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덕화는 지난 2월 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1977년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시절 발생한 교통사고를 회상했다.

당시 이덕화는 청바지와 가죽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며 활동하던 청춘스타였다. 그는 당시 ‘한국의 제임스 딘’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순간의 사고로 그의 인생은 크게 달라졌다.

이덕화의 회고에 따르면 만원 시내버스와 충돌하면서 오토바이가 버스 아래 깔렸고, 그 밑에 자신까지 끼인 채 상당한 거리를 끌려갔다. 그는 당시 버스 무게가 약 10톤에 달했고, 자신은 오토바이와 함께 깔린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청바지는 허리띠만 남았고 가죽재킷도 목 부분만 남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부상은 심각했다.

이덕화는 장을 1m 이상 잘라내고 수술 과정에서 수많은 봉합을 해야 했으며, 50번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의료진으로부터 매일 “오늘이 고비”라는 말을 들었고, 사고 후 14일이 지나서야 의식을 되찾았다고 했다. 

당시 방송국 동료들 사이에서는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덕화는 동료들이 병문안을 다녀간 뒤 “못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고, 결국 미리 조의금을 걷고 묵념까지 했다는 사실을 훗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약 3년간 병원에서 치료와 재활을 이어갔다. 사고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 긴 시간 곁을 지킨 사람은 당시 ‘여자친구’였다

이덕화가 사고와 투병 이야기를 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

현재의 아내 김보옥이다.

중요한 것은 당시 두 사람이 아직 결혼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덕화는 방송에서 당시 김보옥이 결혼이나 약혼을 한 사이도 아닌 여자친구였지만 매일 병원을 찾아와 약 3년 동안 자신을 돌봤다고 회상했다.

김보옥은 이덕화가 생사를 오가는 동안 병원에서 숙식을 하며 그의 곁을 지켰다고 이덕화는 전했다.

결혼을 약속한 배우자도 아닌 상황에서 긴 투병 기간을 함께 보낸 것이다.

이덕화는 당시를 돌아보며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사람을 믿고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김보옥에게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는 “다시 태어난다면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경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취지의 말로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고의 충격은 아버지에게도 이어졌다

당시 이덕화의 아버지이자 배우였던 고 이예춘 씨 역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이덕화는 자신의 사고 소식을 접한 아버지가 충격을 받은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회상했다.

특히 부친과 같은 병원에 있었지만 자신의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아버지의 빈소에서 제대로 절조차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청춘스타로 주목받던 20대의 한가운데서 이덕화는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아버지까지 잃는 큰 충격을 겪어야 했다.

 다시 걷고, 다시 연기하기까지

3년간의 병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삶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덕화는 걷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사고 후유증을 안고 재활을 이어가면서 다시 배우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배우로 활동하며 대중 앞에 섰다.

돌이켜보면 이덕화의 인생에서 1977년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

청춘스타의 삶을 멈춰 세웠고, 긴 투병을 시작하게 했으며, 아버지와의 이별까지 겪게 한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그 절망적인 시간에 곁을 지킨 사람은 당시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도 없었던 여자친구였다.

그리고 그 사람은 훗날 그의 아내가 됐다.

이덕화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일을 이야기하며 김보옥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한 청춘스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가장 힘들고 불확실했던 순간에 누가 곁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덕화가 남긴 회고처럼 그의 인생은 결국 혼자 살아낸 시간이 아니었다.

의료진의 치료가 있었고 가족과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긴 병원 생활 동안 곁을 지킨 한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25세의 청춘스타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 다시 일어섰고, 오늘날까지 배우로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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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