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밤 10시 15분경  김해국제공항에서 176명을 태우고 홍콩으로 향하려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큰 불이 발생했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비상 탈출에 성공했으나,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발생한 항공기 사고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객 169명, 승무원 6명, 탑승 정비사 1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모두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7명이 타박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당했다. 화재 진압에는 1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승객들이 완전히 탈출하기까지는 20분이 걸렸다.

사고 직후 승객들은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연기가 발생했고, 불똥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증언에 따라 기내 반입된 보조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현직 기장은 "선반 내 보조 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에서 발화했거나, 화장실 내 흡연,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어부산 항공기에서는 지난해 12월 12일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이던 BX142편 여객기 내부에서 승객이 휴대하고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했으며, 기내 소화기로 진압되었지만 해당 승객은 손에 화상을 입었다. 이처럼 보조 배터리로 인한 항공기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조 배터리에 의한 화재 사고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에서 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했으나 승무원들이 즉각 진압하여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해외에서도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출발한 항공기 등에서 승객의 보조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현재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되어 기내 휴대와 위탁 수하물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다만, 카메라,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장착된 배터리는 리튬 함량 2g 이하 또는 100Wh 이하일 경우 반입이 가능하다. 반면, 보조 배터리는 100Wh 이하일 때만 기내 휴대할 수 있으며, 위탁 수하물로는 부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기내 휴대가 허용된 배터리도 반드시 승객이 직접 관리해야 하며, 오버헤드빈처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내 휴대의 의미는 물건을 손으로 들고 관리하는 상태에서 타라는 것이다. 오버헤드빈에 넣는 것은 기내 휴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부산과 공항공사 차원에서 홍보가 부족했던 것인지, 승객의 인식 부족인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를 계기로 항공기 내 배터리 반입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승객들에게 명확한 안전 지침을 제공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