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정은택 의 시선] 안개가 깨어나는 시간, 영월 선돌의 아침

서강을 따라 흐르는 물안개와 천년의 바위…고요한 새벽, 영월의 시간이 눈을 뜨다

▲ 고요한 웅장함에 마음을 달래다/사진 정은택

아직 세상이 완전히 깨어나기 전, 영월 선돌에 아침이 찾아온다.

밤새 산과 강 사이를 떠돌던 물안개는 서강의 물길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고, 겹겹이 이어진 산 능선은 희미한 새벽빛 속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동이 트는 하늘 끝에는 붉은빛이 가늘게 번지고, 굽이치는 강물은 말없이 하루의 시작을 기다린다.

그 풍경 한쪽에 선돌이 우뚝 서 있다.

약 70m 높이의 거대한 바위는 마치 누군가 큰 칼로 절벽을 단숨에 갈라놓은 듯하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을 견디며 서강을 내려다본 선돌은 ‘신선암’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단종이 영월 청령포로 향하던 길에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갔고, 우뚝 솟은 바위의 모습이 마치 신선처럼 보였다고 하여 ‘선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수백 년의 역사가 흘렀지만 선돌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강을 바라보고 있다.

왕의 슬픈 유배길도, 수많은 사람의 삶도, 계절마다 달라지는 서강의 물빛도 그렇게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이날 아침의 선돌은 웅장함보다 고요함으로 다가왔다.

짙은 구름 아래 산허리를 감싸고 흐르는 안개, 잠에서 깨어나는 들녘, 검푸른 강물과 아직 어둠을 품고 있는 바위. 자연은 큰 소리 없이도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보여준다.

새벽은 어둠을 밀어내지 않는다.
그저 조금씩 빛을 더하며 새로운 하루를 열어간다.

영월 선돌의 아침도 그랬다.

천년의 바위는 오늘도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고, 서강은 그 곁을 돌아 흐른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는 순간, 또 하나의 영월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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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