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경 외교와 국제 질서 변화, 한국의 선택은?
유럽의회는 EU회원국을 포함한 46개 회원국을 대표하며 2023년 기준 인구는 6억7500만명이다. 미국과 유럽 간의 대서양 동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극심한 균열을 보이며 국제 외교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결정적 변곡점으로 작용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가까워지는 반면, 유럽은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미국-유럽 관계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균열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먼저 침공한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국제 사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더욱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과 중국의 협력 강화… 미국 외교의 역풍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핵우산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크렘린궁은 강력히 반발하며 유럽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외교 노선은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럽은 새로운 외교적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유럽 의회는 중국 고위 인사들과의 공식적인 만남을 제한했던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는 2021년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로 인해 시작된 상호 제재 이후 3년 만의 변화다.
중국 또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유럽 각국을 방문하며 다자주의와 국제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이 글로벌 경제와 외교 질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외교 예산을 작년 대비 8.4% 증가한 645억600위안(약 12조8000억 원)으로 편성하며, 대유럽 외교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트럼프의 전방위적 압박과 예상치 못한 결과
트럼프는 유럽뿐만 아니라 중국, 캐나다, 멕시코, 파나마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그 파급 효과가 '풍선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트럼프의 강경 외교가 의도치 않게 다른 국가 간 협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와 수출 규제 강화가 유럽과 중국 간의 경제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 또한 미국의 견제를 완화하기 위해 유럽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의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재편된 USMCA 체제에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질서의 변화… 다극 체제의 가속화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경우, 유럽이 미국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정책이 결과적으로 중국과 유럽, 캐나다 등의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의 압박에 대응하는 각국의 움직임은 단기적인 외교 변화에 그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무너지고 다극 체제로 전환되는 흐름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국제 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의 외교적 선택과 대응 전략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은 무엇일까? 한국은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외교 정책을 운영해 왔지만, 글로벌 외교 지형이 급변하는 가운데 보다 유연한 다자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과제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한국의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보다 능동적인 외교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외교 협력을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제 협력 다변화는 필수적인 대응 전략이 될 것이다. 미국의 보호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등과의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유럽과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또한 EU와의 FTA(자유무역협정)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교 다극화와 균형 유지 역시 한국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외교 정책은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 유럽, 인도 등과의 관계를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여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인 경제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강경 외교로 인해 국제 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은 보다 전략적이고 유연한 외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외교적 다변화를 꾀하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 한국의 외교적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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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