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빻던 시간, 벽에 남아 있다

이름은 아직도 또렷한데,
시간은 이미 이곳을 떠난 듯하다.
갈라진 벽, 색이 바랜 간판,
기울어진 문 하나가 겨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군가 매일 드나들던 흔적은 사라졌지만,
공간은 여전히 그 시절의 숨을 품고 있다.
이곳에서는 쌀이 하얗게 빻아지고,
사람들의 하루가 함께 돌아갔을 것이다.
기계 소리와 먼지,
그리고 삶의 무게가 함께 쌓였던 자리.
지금은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가 들린다.
이 사진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가.
사라진 것은 정미소가 아니라,
그 안에서 흘러가던 ‘생활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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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