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벼와 수확을 마친 들판, 그리고 그 너머로 변해가는 고향의 풍경
▲ 오늘의 들녘/ 사진 정은택
가을이 오면 논은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물든다.
봄부터 농부의 손길을 받아온 벼는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황금빛으로 익어가며 수확의 때를 기다린다.
논두렁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벼 사이로 지나온 계절이 떠오른다.
씨앗을 뿌리고, 모를 심고, 뜨거운 여름을 견디며 정성껏 키워온 시간.
이제 그 시간의 끝에서 벼는 농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카메라를 조금 멀리 돌리면 또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황금빛 논 너머로 높게 솟은 아파트.
예전에는 산과 논, 작은 집들이 전부였을 이곳에 이제는 새로운 도시의 풍경이 들어서 있다.
수확을 마친 밭과 아직 익어가는 벼가 나란히 놓인 모습은 한 해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동시에 보여준다.
나는 이 풍경을 바라보며 아름답다는 생각과 함께 묘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
논은 줄어들고 건물은 높아지지만, 이 들판을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시간을 붙잡아 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황금빛 들녘이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의 냄새와 색깔, 바람과 농부의 수고를 사진 한 장에 담아둔다.

그리고 언젠가 이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을 때,
“그때 그곳에는 이런 들판이 있었지.”
누군가 그렇게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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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