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평가위원 되기 힘든 사회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 에서 학벌과 기술중심으로 운영되는 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학벌과 기술이라는 '부분적 가치로 운영되는 사회'는 도덕성이 취약하고
도덕성이 취약한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법학교수를 인용하여 어떠한 주장을 합리화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지역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행정의 하나로 평가위원 공개모집이 있다.
예를 들어 「제27회 제천박달가요제 행사대행용역」 제안서 평가를 위한 평가위원 모집공고를 보면
선정된 평가위원중 제안사가 무작위로 7명을 추첨, 이들이 가요제를 평가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참여자격을 보면 문제가 있다.
참여자격을 보면
가. 3년 이상 근무경력을 가진 7급이상 공무원
나. 정부투자기관·출연기관·지방공기업의 기술직렬 5급이상 직원 또는 동등이상 경력자
다. 대학의 겸임교수 이상인 자로서 해당분야 전공을 한 자
라. 1년 이상 근무경력을 가진 기술사 또는 박사학위 소지자
마. 예술감독 등 해당분야 10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로 되어있다.
이 자격기준을 적용하면 제천시민이 평가위원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7명의 전문가들만이 박달가요제 제안서를 평가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세금으로 운영하는 가요제를 시민이 평가하지 못하는 비상식적 현실이다.
어렵게 선정된 평가위원들이 선정한 박달가요제는
27년간 이어졌으나 대한민국 대표 가요제로 부족하다는 국민평가를 받고있다.
제천시청이 제안요청서를 요구하여 만들어진 제안서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설명을 잘해 7명의 평가자를 충족시키면 박달가요제 운영사로 선정된다.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는 평가위원들은 제 역할을 할 기회조차 없다.
제안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라거나
진행방법의 문제 등을 지적할 기회도 없이 평가표에 점수만 기록하고 나오는 것이다.
이런 점수매기기를 꼭 전문가들이 해야하는지 의문이다.
우리 지역사회의 잘못된 인식의 하나는 학벌이 높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거나
전문가 중심으로 사회를 운영하면 더 잘될것이라는 관념의 지배다.
그리고 그런 관념은 지역사회를 정의롭지 못하게 만든다.
특정계층에게 가산점을 주다보면 상호 존중이 약화되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내가 잘나서,
실패하는 사람들은 내가 못나서 라는 인식을 양산한다.
이런 사회 불평등이 공공기관에 의해 시행되고 있어도 지적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기도한다.
시민들이 자격 미달로 박달가요제를 평가할수 없다는 현실은
인식보다 사회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지금부터라도 공공기관은 이런 규제를 없애야 한다.
평가는 중학생만 되어도 어렵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제안요청서 기준을 전문가들이 협의하여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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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