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너머로 떠오른 햇살, 산골 마을에 머문 계절의 순간

가을 햇살이 산 능선을 넘어 들판으로 쏟아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고, 그 너머로 이어진 산 능선은 짙은 실루엣을 이루며 아침의 깊이를 더한다.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역광 속에 잠긴 마을과 산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억새는 바람에 흔들리고,
산은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마을에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시간이 흐른다.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오늘의 빛은 다시 오지 않는다.
오늘 흔들리는 억새도,
오늘의 산 그림자도,
오늘 이 마을에 내려앉은 햇살도
다시는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
지나가는 계절을 붙잡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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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