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버린 손잡이와 빛바랜 의자가 기억하는 하루

누군가의 머리칼을 정리하던 손길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 있다.
거울 앞에 앉아 어색하게 웃던 아이, 말없이 신문을 넘기던 어른, “조금만 더 짧게 해주세요”
그 한마디를 사이에 두고 오가던 느리고 조용한 시간들.

의자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고, 팔걸이는 수많은 손의 체온을 기억한다.
앉았다 일어나는 순간마다 하루가 지나가고, 또 한 사람이 지나갔다.
낡은 가죽의 갈라진 틈 사이로 세월이 스며들고, 바닥에 닿은 발판은 수없이 반복된 삶의 무게를 견뎌냈다.
이곳은 머리를 자르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였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서로를 알고 있었고, 시간은 느렸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지금은 아무도 앉아 있지 않지만 이 공간은 비어 있지 않았다.
여전히 누군가의 하루와 누군가의 인생이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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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택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