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각), 한강을 "역사의 트라우마와 마주하면서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시적인 산문"으로 평가하며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의 수상이며, 한국인으로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이후 두 번째이다.

한강은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받은 바 있으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이번 수상으로 한강은 노벨문학상 121명 수상자 중 18번째 여성 수상자로 기록되었으며, 아시아 작가로는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에 수상하게 되었다.

한강은 1993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후, 2년 뒤 소설가로 전환해 서정적인 문체와 깊이 있는 작품 세계로 국내외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작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트라우마를 다루며, 강한 충격을 받은 여성이 극단적인 채식으로 자기 파괴적인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부커상을 수상한 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은 해외 40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그녀의 소설 ‘소년이 온다’, ‘흰’  등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한국 문학의 세계적 확산에 기여했다.

한강은 꾸준히 폭력, 생의 비극, 인간의 연약함 등 보편적인 주제를 탐구하며, 독창적인 서사와 서정적 문체로 독자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녀는 문단에서 ‘그대의 차가운 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의 작품으로 자신만의 깊이 있는 문학 세계를 구축해왔고, 다양한 시집과 동화책을 출간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쳐왔다.

2021년 발표한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비극적인 역사 속에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올해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다시 한 번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프랑스에서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후 1만5000부를 추가 인쇄하며 현지에서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강은 폭력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문제를 일관되게 탐구하며, 서정적이고도 미려한 문체로 이를 풀어낸다.

그녀의 첫 장편 소설 ‘검은 사슴’부터 시작된 이러한 주제의식은 2014년 발표한 ‘소년이 온다’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 작품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소설적 서사로 담아냈다.

한강은 당시 한 강연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종류의 폭력이 담겨 있다. 역사적 사건을 글로 쓰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며, 인간 본성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녀가 폭력의 비극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3세 때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이 보여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사진첩에서 받은 충격이었다.

당시의 경험은 한강이 이후 문학 작품에서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맞서는 연약한 생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쾌거로 평가된다.

그녀의 작품들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을 통해 세계 각국에 소개되었으며, 한국 문학의 저력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데보라 스미스는 “문학적 감수성을 살리기 위해 원작의 미묘한 표현과 깊이를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며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한강의 이번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며, 그녀의 문학적 여정은 앞으로도 전 세계 독자들과 함께 이어질 전망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 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