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림지 특집 4.

의림지에 설치된 시설물 점검

의림지에 설치된 시설을 원형과 비교하려면 옛 그림이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그림이 이방운의 의림지 그림이다.
이 그림은 1802년 청풍 부사 조영경이 주변의 명승을 탐방하고 이방운(1761-1815)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여 만들어진 화첩에 들어있다.

▲  의림지도(이방운의 사군강산참선수석(四郡江山參僊水石) 서화첩

먼저 그림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하다.
이방운의 그림에 나타난 의림지는 화면을 꽉 차게 구성하였는데, 이런 구성은 정선의 화풍과 관계가 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와 가까운 소나무의 표현이 어우러져 운치를 돋우며, 절벽의 바위 형세는 같은 화첩의 구담봉과 달리 윤곽선을 부드럽게 마무리했다. 붓을 사용하여 맑은 담채로 분위기를 표현하였는데 이 표현에서는 심사정의 화법이 연상된다. 이방운은 안숙의 시를 서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이런 화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적 운치는 의림지의 실경인 탁 트인 못의 풍경과 의림지 위쪽의 산, 못 주변의 소나무와 버드나무 등에도 담겨있다. 특히 주색 계통의 색을 자제하고 청색과 녹색을 주조로 한 담채의 사용으로 서정적 경치를 완성했다. 그림에서는 의림지를 방지(사각형)로 재구성하여 표현하였는데, 이는 아마도 주자의 시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주자의 시는 당시 문인들이 애송한 것으로 여기서 도학적 자연관과 문학관으로 연결되어 방지형으로 표현되었을  것이 추정된다.  

사실에 가까운 당시의 그림과 비교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 왼쪽의 작은 못이다.
▲ 의림지를 동서로 나누는 다리가 있는 제방


이 제방은 조선 후기까지 없던 시설이다.
1972년 8월, 452mm의 강우량을 기록한 태풍으로 의림지가 무너졌을 때 의림지가 대대적으로 보수된다.
물이 직접 흘러드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상류에 댐을 만들고 의림지로 흘러드는 토사를 줄이기 위해 작은 못에서 의림지로 물이 흘러 들어가도록 보수공사를 했다. 작은 못의 수위가 낮으면 의림지로 물이 들어가지 못하니 수위를 조절하기위해 수위 조절 시설을 용추폭포 위에 설치했다.
비룡댐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을 왼쪽으로 돌려 오늘날의 의림지 모습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때부터 의림지는 개발로 몸살을 앓기 시작한다.
물길을 돌리면서 도로를 개설하고 도로 주변에 상권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도로 개설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었던 토호들은 의림지 개발을 기대하고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결과적으로 당시 국회의원, 기자, 공무원 등이 주변 땅을 거의 매입하면서 의림지 난개발을 부추겼으니 제천을 이끌 리더들이 제천의 명소를 자기 이익 추구를 위해 망친 결과가 되었다.

이런 이익을 추구한 결과가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이 놀이시설이다.
의림지 놀이동산과 테마파크는 1990년대 유행하던 놀이시설이다. 하지만 지금 의림지를 찾는 10명 중 8명은 놀이시설을 여기에 설치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필요 없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 의림지 파크랜드



다음으로 불필요한 시설은 인공폭포다.
▲ 의림지 인공폭포


인공폭포는 볼거리 위주의 관광이 주를 이루던 2000년대에 만들어진다.
이 폭포는 불필요를 넘어 의림지의 설화가 깃든 장소마저 파괴한다.
인공폭포는 물을 아래서 끌어올려 내려보내는 형식인데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물막이가 용터지기라는 장소다. 의림지 설화 중 가장 중심은 두 마리 용이 승천을 다투다가 한 마리가 추락하였는데 추락한 곳이 용추폭포가 되고 피가 스며 용터약수가 생겼으며 용의 배가 터져서 죽은 곳을 용터지기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설화의 장소에 버젓이 물막이를 설치하였으니 인공폭포로 잃은 스토리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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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수 기자 다른기사보기